정세훈 시인 / 몸의 중심
몸의 중심으로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난 곳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정세훈 시인 / 그해 첫눈
펄― 펄― 초겨울 잿빛 하늘 아래 그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하는 매매계약서에 서명날인하는 부동산 중개업소 창밖에 땅거미가 깔리고
“첫눈치고 많이도 오네” “포근하구먼!” “함박눈이네요” “아름다워요”
중개업자 박씨가 집을 파는 사내가 그의 아내가 첫눈에 마냥 들떠 있었다
그 첫눈 속에, 어느 해 맑은 이른 봄날 햇빛이 너무 밝고 따스하여
문간 셋방 쪽문 앞에 나앉아 속절없이 남몰래 울었던 눈물이 수북수북 묻히고 있었다
『동면』 (도서출판b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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