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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영자 시인 / 저마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17.

허영자 시인 / 저마다

 

 

궁금하고 궁금하여

우리 집 매화나무는 자꾸

담장 밖으로 몸을 내밀고

 

궁금하고 궁금하여

옆집 강아지는 연방

개구멍 안팎을 들락이고

 

궁금하고 궁금하여

디지털 우리는 손녀는

스마트폰 들고 배낭여행 떠나고

 

궁금하고 궁금하여

아날로그 나는

돋보기 쓰고 아침 신문지를 읽는다

 

 


 

 

허영자 시인 / 겨울 햇볕

 

 

내가 배고플 때

배고픔 잊으라고

얼굴 위에 속눈썹에 목덜미께에

간지럼 먹여 마구 웃기고

 

또 내가 이처럼

북풍 속에 떨고 있을 때

조그만 심장이 떨고 있을 때

등어리 어루만져 도닥거리는

 

다사로와라,

겨울 햇볕.

 

- 1977년 시집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허영자(許英子, 1938년 8월 31일 - ) 시인

1938년 경남 함양에서 출생했으며, 숙명여대 문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노천명 연구>로 문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졸업. 1962년 박목월 추천 현대문학 등단. 성신여대 인문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 1962년 《현대문학》에 〈도정연가〉,〈사모곡〉 등이 추천되어 등단. 주요 작품으로 〈가을 어느 날〉,〈꽃〉,〈자수〉 등이 있으며 주요 시집으로 《가슴엔 듯 눈엔 듯》,《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그 어둠과 빛의 사랑》 등, 수필집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민족문학상(1998), 숙명문학상(2003)을 수상. 한국시인협회장(2002),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