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시인 / 대조롱 터뜨리기
당산학교 운동회날 대조롱 터뜨리기 하는 걸 보았다. 장대끝 매달린 대조롱 속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콩주머니로 조롱을 치면 찢어진 거죽을 뚫고 비둘기가 날아오르기 마련.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 그래서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전날 밤, 그 속에 갇힌 비둘기의 불안은 헤아리지도 못하고!) 네 기쁨은 내 아픔 위에 세워진다.
민영 시인 / 석장(石場)에서
어느 날인가, 이 목숨 다하는 날 저 의젓한 碑ㅅ돌 아래 호젓이 묻히리라는 것은 얼마나 하늘다운 기쁨일까. 봄이면 봄마다 꽃잎은 피고 서러운 가을이면 꽃 지는 것을…… 北邙의 자락에는 억새꽃바람 늙은 石手는 돌을 가는데,
참, 돌로 돌을 갈듯 마음을 가는 나도 먼 후 어느 날엔 돌몸으로 돌아가 저 싱그러운 햇빛 아래 누우리란 아, 얼마나 가슴 설렐 일일까!
―(1959년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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