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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민영 시인 / 대조롱 터뜨리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 24.

민영 시인 / 대조롱 터뜨리기

 

 

당산학교 운동회날

대조롱 터뜨리기 하는 걸 보았다.

장대끝 매달린 대조롱 속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콩주머니로 조롱을 치면

찢어진 거죽을 뚫고 비둘기가 날아오르기 마련.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

그래서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전날 밤, 그 속에 갇힌

비둘기의 불안은 헤아리지도 못하고!)

네 기쁨은 내 아픔 위에 세워진다.

 

 


 

 

민영 시인 / 석장(石場)에서

 

 

어느 날인가, 이 목숨 다하는 날

저 의젓한 碑ㅅ돌 아래

호젓이 묻히리라는 것은

얼마나 하늘다운 기쁨일까.

봄이면 봄마다 꽃잎은 피고

서러운 가을이면 꽃 지는 것을……

北邙의 자락에는 억새꽃바람

늙은 石手는 돌을 가는데,

 

참, 돌로 돌을 갈듯 마음을 가는 나도

먼 후 어느 날엔 돌몸으로 돌아가

저 싱그러운 햇빛 아래 누우리란

아, 얼마나 가슴 설렐 일일까!

 

―(1959년 『현대문학』)

 

 


 

민영(閔暎) 시인

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남. 1937년 부모를 따라 만주로 이주. 1945년 간도성 화룡현 명신소학교 5년 중퇴. 195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斷章』(1972), 『龍仁 지나는 길에』(1977), 『냉이를 캐며』(1983), 『엉겅퀴꽃』(1987), 『바람 부는 날』(1991), 『流沙를 바라보며』(1996) 등이 있음. 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1983), 만해문학상(1991) 수상.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시분과위원장 역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 ㈜계몽사 편집위원. 독서신문 출판부 부장. ㈜학원사 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