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훈 시인 / 그림자 덩굴
어느 날 아무 날도 아닌 날 떠나는 당신의 그림자를 몸에 칭칭 감았지요 그래서 독특한 날이 되었지요 후로 덩굴꽃을 피우고 그것을 천년지애라 불렀지요
피학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가학적인지 살짝 주석을 달아 놓을 게요 그 반대도 그 밑에 붙여놓을 게요
자, 보아구렁이가 여우를 칭칭 감은 그림을 보여드리죠 보아구렁이는 실제로 여우의 그림자일 뿐이지요 여우의 머리에서 벋어 나온 상상덩굴 자신에게서 달아나는 자신을 꼬리로 감고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요
다시 내게 돌아올 게요 당신의 그림자라 부른 것 어쩌면 내 그림자라는 사실 또는 허구
허구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사실적인지 살짝 주석을 달아 놓을 게요 그 반대도 그 밑에 붙여놓을 게요
단 한 가지 이것만은 읽어 주세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웹진 『시인광장』 2021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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