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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동집 시인 / 두 개의 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7.

신동집 시인 / 두 개의 별

 

 

담장 너머 이웃집 지대 높은 마당에

키 큰 자작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상도 물린 저녁 한때 뜰에 나와

바람에 술렁이는 나무의 모습을 보노라면

심심히도 마음은 즐겁다.

그런데 이리저리 바빴던 며칠 후

뜰에 다시 나오면

그 사이도 벌써 바람은 가을 기미다.

가지의 잎새들은 엉성히 줄어들고

가지 사이로 보지 못한 큰 별이 하나

굵은 눈을 떠 있다.

여름내 무성한 잎새들에 가리워

그 사이 나도 깜박 잊어버린 별이다.

그런데 보면 갑자기 오른켠 하늘

외따이 또 하나 굵은 별이 떠 있으니

여름내 홀로 나를 위해 반짝이던 별이다.

유난히도 눈이 큰 두 별을 달아 엮어

나에게로 모아들이면

조금은 지상의 이 한 점

나의 자리도 실하게 잡힐는지

날이 더 상글해지면

뜰에 나올 저녁도 없어지게 되리라.

귀뚜리는 바야흐로 울음을 갈고 있다.

 

 


 

 

신동집 시인 / 심우도(尋牛圖)

 

 

8月도 막바지 날

시우(詩友) 시종형(市宗兄)이

뻘뻘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찾아 왔다.

원 예고도 없이 이런담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냉수 한 잔 주소서.

우리는 파안대소

오랜만에 회포를 곱빼기로 풀었다.

"좋아하시는 수석(壽石)몇점

갖고 왔으니

머리맡에 두고 완상하소서."

고맙게도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청담을 나누었다.

때마침 모과나무 가지에서

소리높이 매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울다가 훌쩍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요즘은 수석도(壽石道)도 완전히 타락했지요.

돈으로 바꾸다니 타기할 일이지요.

지각없는 소인배들이 차를 몰고 와

마구잡이로 돌을 실어가니

한심하지요.

壽石(덧말:수석)이란 걷다 말다

시나브로 줍는 일

주우면 친지에도 보내고

몰래 마음 주지요"

바로 이때다.

힐끔 구리 구리 대머리

시종(市宗)의 옆모습을 바라본 것은.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이 연성

심우도(尋牛圖)에 나오는 순한 소를 닮았다는 사실을.

 


 

신동집(申瞳集) 시인(1924~2003)

1924년 경북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거쳐 1959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 경북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 1948년 <대낮>이라는 시집으로 문단에 나옴, 1954년 <서정의 유형>으로 자유문학상을 받음. 1982년에는 계명대학교 외국어대학 학장을 지냄. 작품집으로는 <사랑에 눈뜬 자여> <염열에 끓는 돌이여> <추일별곡> 등이 있다.  아시아자유문학상·대한민국 문화예술상·옥관문화훈장·세계시인상·대한민국예술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