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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집 시인 / 두 개의 별
담장 너머 이웃집 지대 높은 마당에 키 큰 자작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상도 물린 저녁 한때 뜰에 나와 바람에 술렁이는 나무의 모습을 보노라면 심심히도 마음은 즐겁다. 그런데 이리저리 바빴던 며칠 후 뜰에 다시 나오면 그 사이도 벌써 바람은 가을 기미다. 가지의 잎새들은 엉성히 줄어들고 가지 사이로 보지 못한 큰 별이 하나 굵은 눈을 떠 있다. 여름내 무성한 잎새들에 가리워 그 사이 나도 깜박 잊어버린 별이다. 그런데 보면 갑자기 오른켠 하늘 외따이 또 하나 굵은 별이 떠 있으니 여름내 홀로 나를 위해 반짝이던 별이다. 유난히도 눈이 큰 두 별을 달아 엮어 나에게로 모아들이면 조금은 지상의 이 한 점 나의 자리도 실하게 잡힐는지 날이 더 상글해지면 뜰에 나올 저녁도 없어지게 되리라. 귀뚜리는 바야흐로 울음을 갈고 있다.
신동집 시인 / 심우도(尋牛圖)
8月도 막바지 날 시우(詩友) 시종형(市宗兄)이 뻘뻘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찾아 왔다. 원 예고도 없이 이런담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냉수 한 잔 주소서. 우리는 파안대소 오랜만에 회포를 곱빼기로 풀었다. "좋아하시는 수석(壽石)몇점 갖고 왔으니 머리맡에 두고 완상하소서." 고맙게도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청담을 나누었다. 때마침 모과나무 가지에서 소리높이 매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한참을 울다가 훌쩍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요즘은 수석도(壽石道)도 완전히 타락했지요. 돈으로 바꾸다니 타기할 일이지요. 지각없는 소인배들이 차를 몰고 와 마구잡이로 돌을 실어가니 한심하지요. 壽石(덧말:수석)이란 걷다 말다 시나브로 줍는 일 주우면 친지에도 보내고 몰래 마음 주지요" 바로 이때다. 힐끔 구리 구리 대머리 시종(市宗)의 옆모습을 바라본 것은.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이 연성 심우도(尋牛圖)에 나오는 순한 소를 닮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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