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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엄기원 시인 / 산딸기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8.

(동시)

엄기원 시인 / 산딸기

 

 

산새만 알고 있는

저 산 숲 속에

산딸기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호롱호롱 호로롱

고운 새 소리

고걸 듣고 그렇게

고와진 딸기

 

샘물만 알고 있는

저 산 숲 속에

산딸기가 탐스레

익었습니다.

 

퐁퐁퐁 샘솟는

맑은 물 소리

고걸 듣고 그렇게

영글은 딸기.

 

 


 

 

엄기원 시인 / 웃는 얼굴

 

 

얼굴에는

눈,코, 귀, 입이 있고

기분을 나타내는

표정이  있네.

 

기분이 좋을 때

눈도 코도 입도

표정 따라 밝아지고

즐거워 웃을 때

얼굴은 꽃 이 되네

 

내가 즐거워 웃으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표정이 밝아지네.

 

 


 

 

엄기원 시인 / 골목길

 

 

햇빛도 어두워서

못 오나 봐?

 

언제 봐도 햇빛은

담장 벽까지만 와

놀다 가 버린다.

 

구멍가게에 놓인 곶감은

주인 할머니를 닮아

하얗게 늙었다.

 

저쪽 집

대문 앞엔

사나운 개가 앉아

우리가 지나가면

막 짖어 댄다.

 

누가

저를 욕한 것처럼…

 

해 지는 시간이면

누구의 아버진지?

 

생선 마리 꿰어 들고

바삐 바삐

저쪽 골목길로 사라진다.

 

 


 

 

엄기원 시인 / 개구쟁이 편지 쓰는 날

 

 

개구쟁이 덕구가 편지 쓰는 날은

마음부터 설렌다.

 

편지지와 봉투는

쓰기도 전에

꼬질꼬질 때가 묻고

 

덕구가 연필을 들면

편지 받을 할머니가

지름길로 다가와

대문니 두 개를 드러내며 웃으신다.

 

“할머니,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담임선생님 자랑하고

하루밖에 못 한

줄반장 노릇도 자랑하고

 

끊겼다 이어지는

토막 이야기들이

편지지 위에

삐뚤삐뚤 줄은 선다.

 

개구쟁이 덕구가 편지 쓰는 날은

엄마까지 마음 들뜬다

웃음이 번진다.

 


 

엄기원(嚴基元) 시인

1937년 강릉 출생. 강릉사범. 명지대 국문과 졸업.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등단. 한국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제6회 펜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이사, 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심의위원장(이사 역임) 현 아동문학세상 발행인.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