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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환 시인 / 날개
잠자리 날개 하나 떨어져 있다. 투명하던 막질(膜質)은 무너졌고 그물모양의 시맥(翅脈)만 집힌다.* 나뭇잎들도 잎살이 다 삭았다. 작은 날벌레들이 공중에 걸려서 쇠약해지는 기척이나 하얗게 맥상(脈相)만 남은 잎사귀가 바람에 질려서 떨고 있는 낌새 때문에 몇 해 전부터 마르는 것이지만, 바짝 마르다보면 삭정이에서 옹이 드러나듯 사람 몸에 묻어둔 아픔도 드러나는 것인지, 날씨가 추워지자 겨드랑이에 묵혀둔 생채기가 도드라지며 거죽이 트고 살이 헐더니 하루는 쩍 입을 벌렸다. 깊숙이 손을 질러 넣는다. 퇴화된 돌기가 만져진다. 날개뼈의 둥근 윤곽이 맞물려있다. 그리고 손에 꼭 쥐어지는 허공 하나도.
*시맥: 곤충의 날개를 지탱하는 그물모양의 맥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위선환 시인 / 이슬밭
풀밭에 이슬 자욱하고 잔이슬들이 풀잎들을 푸르게 적셔 놓았다 가랑이가 젖고 등허리가 젖고 젖어서 무거워진 등허리에 눌리면서 등허리를 등에 짐 진 내 허리가 꺾인다 눈 아래 발부리 끝이 낭떠러지구나 고작 이슬방울들이 떨어지는 깊이인데 고작 풀잎들이 푸르러지는 깊이인데 저 아래 밑바닥이 싯푸르게 고여 있다 등허리에 이슬 자욱하고 나는 속속들이 젖으며 얼마나 푸르러질 것인가를, 어떻게 깊어지고 고일 것인가를....
<시와 세계> 2004년 여름호
위선환 시인 / 석모도
마침내 서쪽에 닿아 비 내리는 서해를 본다 개펄에서 칠게의 굽은 발이 젖고 있다 빗줄기가 내 안으로 들이친다 뼈다귀를 때리며 빗방울들 잘게 튀고 몸 속 곳곳에 웅덩이가 고였다 누군가 철벅대며 등줄기를 밟고 간다 등덜미가 젖던, 춥던 한 사람을 생각한다 여기까지 걸어 왔겠는가 또 걸은 것인가 걱정한다 척척해져서 섬이 웅크리고, 저문다 건너가지 못한 바다에는 아직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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