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장인수 시인 / 손수레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7.

장인수 시인 / 손수레

 

 

관절염 깊어지고

허리 굽어지자

대광주리 머리에 이는 대신

손수레를 끌고 일터에 가신다

호미 싣고

콩 심으러 가신다

멀리서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손잡고 일터에 가는 것 같다

손수레가 관절염을 앓고

엄마가 바퀴를 달고

손수레가 엄마를 끌고

엄마가 손수레를 끄신다

세발 자전거 바퀴를 개조해 만든 손수레

한 번에 비료 세 푸대를 거뜬히 날랐어

이놈이 장사여

이랴이랴 안 해도 잘 가는 순한 장사여

저승사자도 이런 놈이면 좋겠구먼

손수레와 사랑에 빠진 엄마

 

 


 

 

장인수 시인 / 달님, 참 곱소

 

 

망사보다 촘촘한 개굴개굴 울음굴을 지나

달님, 마실 오셨네

달님, 참 곱소

 

달님, 술항아리를 상석에 앉히고

술밥 푸는 우리집 평상(平床)을 구경하러 왔소?

배추포기처럼 앉아서 항아리 쓰다듬는 할망구,

할망구의 속치마에서 솔솔 풍기는 쉰내음을 맡으러 왔소?

 

시큼한 할망구를 퍼먹는다고?

달님. 곱다 곱다 했더니 어찌 그럴 수 있는 거요?

술 잘 쳐도 내 반려자 먼저 데려가지 마시오

달님, 할망구의 금가락지 참 곱지요?

달님자리보다 곱지요?

 

할멈, 우리 오늘밤은 달님을 실컷 풉시다

푸른 배춧잎으로 달님을 핥아서 사각사각 깨물어 먹읍시다

개굴개굴 한 잔, 술 한 잔 받으시오 할멈

그리고 내년도 후년도 내 술잔 채워 주시오

할멈, 참 곱소

 

 


 

장인수 시인

1968년 충북 진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  2003년 계간 《시인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유리창』(문학세계사, 2006)과 『온순한 뿔』(황금알, 2009)이 있음. 현재 서울 중산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