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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시인 / 손수레
관절염 깊어지고 허리 굽어지자 대광주리 머리에 이는 대신 손수레를 끌고 일터에 가신다 호미 싣고 콩 심으러 가신다 멀리서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손잡고 일터에 가는 것 같다 손수레가 관절염을 앓고 엄마가 바퀴를 달고 손수레가 엄마를 끌고 엄마가 손수레를 끄신다 세발 자전거 바퀴를 개조해 만든 손수레 한 번에 비료 세 푸대를 거뜬히 날랐어 이놈이 장사여 이랴이랴 안 해도 잘 가는 순한 장사여 저승사자도 이런 놈이면 좋겠구먼 손수레와 사랑에 빠진 엄마
장인수 시인 / 달님, 참 곱소
망사보다 촘촘한 개굴개굴 울음굴을 지나 달님, 마실 오셨네 달님, 참 곱소
달님, 술항아리를 상석에 앉히고 술밥 푸는 우리집 평상(平床)을 구경하러 왔소? 배추포기처럼 앉아서 항아리 쓰다듬는 할망구, 할망구의 속치마에서 솔솔 풍기는 쉰내음을 맡으러 왔소?
시큼한 할망구를 퍼먹는다고? 달님. 곱다 곱다 했더니 어찌 그럴 수 있는 거요? 술 잘 쳐도 내 반려자 먼저 데려가지 마시오 달님, 할망구의 금가락지 참 곱지요? 달님자리보다 곱지요?
할멈, 우리 오늘밤은 달님을 실컷 풉시다 푸른 배춧잎으로 달님을 핥아서 사각사각 깨물어 먹읍시다 개굴개굴 한 잔, 술 한 잔 받으시오 할멈 그리고 내년도 후년도 내 술잔 채워 주시오 할멈, 참 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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