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규 시인 / 바닥에서
철저하지는 못했고 처절하기는 했다.
남루하다 못해 비루한 거였다.
삶이 문학이 그랬다.
바닥을 치자 천장이 울었다.
촛농 떨어져 부은 발등으로
저 아득한 먼지 속으로
나는 쌓여 가는 것!
박덕규 시인 / 불사초를 보면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다 세상 어디 영생이 있었던가 전생 모르고 미래 모르는 미물 바로 현생이라더라
씨가 남다르니 멸종의 운을 피해가고 남이사 뭐라 하든 틈을 파고들지 깊은 골에도 볕은 들고 얕은 물에도 물고기는 논다
나 잘 되자고 희번득거리는 눈은 사팔뜨기의 촛점, 독야청청한들 외로운 증거일 뿐 비록 뼈대가 없고 가시가 없더라도 바다엔 많은 생명이 있다
날 것이 싫다면 구워 드시면 그만 어느 식당이 개개 입맛을 고려하더뇨
언젠가 고기뷔페에 가서 고기는 아니 먹고 야채만 먹으니 계산대에서 웃으며 주인 왈 "고기 많이 드세요" 다음날 다시 가니 자글자글한 눈웃음치며 지나간 한마디 "요즘 채소값이 장난 아니죠?" 열 받아 그 다음날 다시 가보니 벚꽃이 만발한 얼굴로 "또 오셨어!" 햇살 드나드는 남향 창문에 그림자 드리운 쪽지 '야채는 셀프'가 실종 되었더라
싸다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요 저명한 손 많다고 바글바글한 것도 아니다 맛이 없다손 치더라도 주인이 좋아 가는 집도 많단다 객이 주인행세하는 꼴 그게 더러워 발을 끊지 먹자골목의 불문율, 왔으면 먹고 배부르면 꺼져라 뱃장 하나 없이 이 풍진세월 어이 버틸꼬
바른말 고운말 보다 남말 안하기 양산 어느 산마루에 우뚝 선 비석이 하는 말 "착하게 살자" 내리막 한 마을 지나 동구 밖 비석의 배웅 인사 "바르게 살자" 몇 구비 돌아서자 나온 갈림길, 녹색 바탕에 화살표와 흰 글씨 왼쪽 운문사 오른쪽 내남교도소 기호에 따라가는 희안한 이정표가 서 있더라 춘하추동 관계없이 불사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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