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인 시인 / 당신의 신발은
한의사는 발목을 늘려본다 병명은 만성 골막염 혼자 사느냐고 묻는다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결핵성 골막염일 수도 있어요!
침대에 누워 침을 맞는다
신발을 바꾸세요 당신의 신발이 아닙니다 신발 때문이 아닌데!
살아온 길들이 따끔거린다
이번 생에 맞는 신발이 있기는 할까?
-동백주 몇 잔에 꽃이 피다니』(달아실, 2019)
서동인 시인 / 수평선 다방
찻잔에 출렁이는 수평선을 마셔보셨나요?
남면 파도리 외딴 다방에 앉아 뭍에서 훔쳐온 섬을 방생하는 시인 하나, 미끼도 없이 입질하는 시 한 줄 낚아 올립니다 질겅 질겅 아카시아 껌을 씹으며 마을회관으로 배달 나간 아가씨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녹차보다 진한 쪽빛 바다를 털어 마시고 후 뿜어낸 담배 연기 가물거리는, 수평선을 끓여 파는 섬마을 다방 털 빠진 갈매기로 늙어버린 마담은 총각 시인의 옷자락에 번들 번들 부리를 닦습니다 훅, 갈매기도 비린내를 흘립니다 출항을 서두르는 뱃고동이 두근 두근 울립니다
파도가 지나간 유리창 너머 시샘난 구름이 눈을 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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