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시인 / 폭포
그 여자 볼일 한번 시원하게 보고 있다
그 샘이 얼마나 커 온 들판을 다 적시나
식솔들 수만 명 쯤은 거뜬하게 거두겠다
김광희 시인 / 입춘
흰 옷자락 겨울노인 월정교 건너간다 툇마루 고양이가 매화빛 하품물면 계림엔 바람정령이 연둣빛 주문 왼다
쪽 볕에 몸 푼 월지 수련궁에 불을 밝혀 겨우내 묵혀두었던 마음 속 묵정밭에 녹이 슨 쟁기를 닦아 복사꽃밭 일군다
김광희 시인 / 분황사 할머니
할머니, 재齋 지낸 분황사에 어여쁜 할머니꽃으로 부활했다 큼지막한 돌부처 옆에 엎드려 쉿, 할머니 집에 가요 저리 일찍 그 쪽으로 들어간 불두화며 상사화 경 읽느라 바뜨던 귀뚜라미 숨죽인다 발아래 수련중인 질경이가 이슬땀 흘린다 한 뻠 너머 팠는데 경전 같이 야문 땅덩어리 할머닐 잡고 놓지 않는다. 육십 년 넘게 할머니 붙잡았던 바탕골 같다 놔 줘요 제발, 잘 모실게요 살기 힘든 곳일 수록 뿌리는 더 깊이 내린다고, 깊이 판다 수렁 같은 내 속을 판다 할머니, 발 좀 풀어요 아무도 안 본다고, 안 본다고 허둥대는 날 본다 돌부처가 지낸 내 엉덩일 서늘하게 한다 풍경이 군지렁 군지렁 주억거린다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솜털피부! 할머닐 검은 비닐봉지로 눈 가려 나오는데 뒤 당겨 돌아본다 시침 뚝 떼는 모전탑 깊게 굽어보는 어둠, 별들 총총 따라 온다 서둘러 닫은 현관문 식구들 단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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