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 시인 / 레몬
눈썹을 찡그리며 너는 물었지 시든 오늘에도 내일이 피어나는 거냐고 소파 위에 떨어진 생각 부스러기를 탁자에 하나씩 올려놓다가 무럭무럭 자란 신맛이 절정이 될 거라는 답을 아직 네게 보내지 못했어
참 이상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물 나게 피어나던 정성의 순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여름이 익어가는 계절 어디쯤, 우물쭈물하던 무렵이 있는 걸까
해답 같은 건 붙이지 못할 거란 말만 남기고 여전히 다짐만 익어가고 있어
참 이상해 애써 수확하지 않아도 한번쯤 증폭하는 레몬의 노란 타이밍 그 옐로우의 세계가 따뜻해지는,
군데군데 오늘에 옮겨 붙은 간절함은 이대로 기억 안쪽까지 짓무르도록 놓아두어도 좋겠어 오늘이 시고 떫어질 때마다 유독 멈추지 않고 계속 걷고 싶어질 테니까
서로 노랑을 나눠가진 후 흘러나오는 어떤 계절 앞에서도 더 깊어지지 않기를 노랑의 세계란 자꾸 넘어져도 일어나 매일을 산책하고 싶어지는 여전히 오늘이 오늘에게 묻는 어느 노란 가을밤이었다
계간 『문학과 창작』 20121 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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