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후 시인 / 툭
그건 젖은 나무 문이 주저앉을 때 그건 가슴뼈를 움츠릴 때 그건 할 말이 없을 때 나는 소리 툭 슬픔이 무릎을 건드릴 때 그래서 설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소리 마음의 고무줄 삭아 끊어질 때 나는 소리 툭
툭 밤의 송곳니가 부러지는 소리 그때 우리도 함께 부러지는 소리 말이 안 되는 소리 서로 돌아서는 소리 툭 홀로가 아니라 스스로 내가 되는 소리
툭 내가 나를 뚫어지게 보려고 진흙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젖지 않은 나무 문은 내지 못할 소리 툭
김경후 시인 / 책 벽
바람 몰려드는 편에 책을 쌓는다
바람 부는 곳은 비어 있는 곳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여기, 북편
욱신욱신 쓸데없이 손목이 나갔다 어디로?
할머니는 가묘 자리를 보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도서관은 열지 않는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는 넓다 그 사이
바람 부는 곳은 비어 있는 곳 북편에는 카프카, 비어 있는 곳엔 에코 다음에 에코
손을 힘껏 뻗는다 성장판은 닫혔는데 닿는다
비어 있는 곳 북편 책 벽
벽에 기댄 책은 아무도 가져가지 않지 아무도 읽지 않지
거기서 한 걸음 더 거기 나는 등뼈를 기댄다 바람 부는 곳은 비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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