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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혁희 시인 / 별마당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6.

권혁희 시인 / 별마당

 

 

늦은 밤 자다

깨다, 누워서 보는 유리창이 온통 은하대폭발이다

목련나무가지 위에 버선발로 내려온 별들

벌어진 발목이 대낮처럼 환하다

딸 많은 친정집 수다한 꿈자리 같은 그곳에

이부자리를 옮겨 볼까

언니, 자? 하고 별 옆구리를

쿡 찔러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연다

아파트 울타리, 대담하게 전지한 플라타너스

실루엣이 성큼 다가선다

제 몸을 댕강댕강 끊어내고도 아프지 않은

점점 더 무성해지는 나무는 좋겠다

노출이 저들에게는 신나는 패션이다

언니, 자? 하고

따뜻한 목덜미에 목침 같은 한 팔을

쓰윽 들이밀고 싶은

봄밤

 


 

권혁희 시인

1954년 충남 온양 출생. 충남대학교 국문과, 교육대학원 졸업. 2003년 《문학·선》을 통해 등단. 당진여고 국어 교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