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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희성 시인 / 태백산행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7.

정희성 시인 / 태백산행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 일곱 살이야 열 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창작과비평 (2002년 여름호)

 

 


 

정희성 시인

1945년 경남 창원에서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 1972년 숭문고등학교 교사. 저서로는 시집으로 『답청(踏靑)』(1974) 『저문 강에 삽을 씻고』(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1991), 『시를 찾아서』(2001) 『돌아다보면 문득』(2008) 등과 그 밖에 『한국현대시의 이해』(共著) 등이 있음.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과 1997년 시와시학상, 불교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 2014 제5회 구상문학상 수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