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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철수 시인 / 나의 삶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17.

오철수 시인 / 나의 삶

 

 

누군가는 말합니다.

잊고 살라고,

 

또 누군가는 말합니다.

버리고 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합니다.

떠나서 살라고,

 

그러나 나는,

잊고 살수도,

버리고 살수도,

떠나서 살 수도 없습니다.

 

내 인생은

햇님을 향한  해바라기 삶으로

오직 나만을 마주 보며 살다 간

아내 사랑에 단단히 묶여있기 때문입니다.

 

 


 

 

오철수 시인 / 떠나는 4월

 

 

4월이 떠나려 합니다.

 

노랑 저고리 분홍치마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왔던 길 되돌아 떠나려 합니다.

 

숨 가쁘게 피어올랐던

꽃들이,

4월의 꽃들이

하나, 둘 스러져가고

 

골짜기를 들쑤시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던

산 벚꽃들조차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십리 벚꽃길이 눈앞인데,

꽃길 한번 걸어보지 못한 할머니

남새 밭 풀 고르시는 호미 끝에서

5월의 흙냄새가 폴폴 피어오릅니다.

 

 


 

雲谷 오철수 시인

1958년 인천 출생. 국민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6년 <민의>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아버지의 손>. <먼길가는 그대 꽃신은 신었는가> <아주 오래된 사랑>. <아름다운 변명>.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 노동문학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1990년 전태일 문학상 수상. 현재 사이버노동대학 문화교육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