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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석민재 시인 / 회(回)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19.

석민재 시인 / 회(回)

 

 

 그리다 망친 그림이다 생판 다른 그림이다 익숙해질 게 따로 있지 찾는 것이 숨는 것이다 백날 읽어봤다 팍 찢어지지도 못하는 부적이다 구석구석

 

 한 사람 한 사람 다 기계적으로 기도하고 '오늘 미사 끝났어요, 내일 아침에 또 있어요. 잘 데가 있어요. 어디로 갈 건데요?' 입은 모든 면에서 쓸모가 있다 동네를 뒤집어 놓아도

 

 달마라도 만났나 그만 좀 일어나라 말 없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는데 민낯도 없는 사람처럼 좋아좋아 음모론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계략이 있다

 

 진실을 모르는 멍청한 새 알지 뻐꾸기의 탁란 아무도 믿지 말고 너나 걱정해 저 균형은 거짓말이다 희망은 위험하다 우리가 이 자리에 없어도 된다면

 

 조금 놓아버리면 조금의 평화가 오고 크게 놓아버리면 큰 평화를 얻을 것이니* 냉정하게 뒤집어도 나는 모방범이 아니다 유일한 계승자다 가족을 위험에 버려두는 아버지는 없으니까

 

* 아잔브라흐마

 

월간『모던포엠』 2020년 11월호 발표

 

 


 

석민재 시인

경남 하동에서 출생. 201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파란, 2019)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