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식 시인 / 그네
마을 앞 정자나무 그네 하나 고요 속에 멈춰 서 있다 바람 한 점 날아가 먼발치서 놀던 아이들 불러오면 사색의 끈 풀어 아이들을 맞는다 한 아이씩 태워 저어 먼 곳까지 보여주고 돌아오는 길 산등성이 끝자락에 꿈이 걸렸다고 속삭였는지 아이는 금새 함박 웃음 짓는다
바람이 밀어 올려 구르는 힘보다 더 멀리 올랐다 다시 내려 꽂는다 멈춤도 오름도 준비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듯이 삶은 그렇게 준비하는 거라고 자꾸만 속삭인다 가냘픈 끈에 삶을 싣고 오름도 내림도 다 경험한 뒤 서서히 멈춰 서는 것이라고 그네는 자꾸 속삭인다
정남식 시인 /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여름 한낮 구름의 얼굴 하늘 푸른 거울에서 하야말간 지우며 햇빛은 우리 사랑의 물리를 고양이처럼 핥는다 길 떠난 사랑 도한 오지 않고
먹을거리 가게의 처마 끝엔 웬일인지 여름 고드름이 무장 열리고 오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견디며 고드름을 사서 다먹는다 꼬드득, 십는 혀끝으로 내 사랑 부르리라
사랑은 지루히게 더디고 구불구불한 날들의 끝처럼 텅 마른 그대 날 저물 듯이 오리라 그대, 구름 같은 그대 하늘 푸른 거울에 낮 붉히며 비치는 구름이여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피었다 지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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