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형 시인 / Update
훌렁 속옷까지 벗어놓고 바나나는 바나나가 되러 갔다
흑반점투성이도 이 세상에 미끄러져 저 세상으로 갔고
그걸 이해하면 달 대신 바나나가 뜬다
흰구름도 오래 두면 먹구름이 되지 이름자를 벗겨봐 빗줄기가 쏟아질걸
되기 싫은 바나나가 믹서기에 갈릴 동안 뚝, 글러브에서 손가락 하나를 끊어온다
노란 비명이 쫓아온다
김백형 시인 / 마카롱
보름에 한 번 뒷산에서 푸른 늑대가 운다
써서 달달한 꿈이 한 달이면 만들어진다
일 년 열두 달 빨주노초파남보 가지각색 입고 오는
생은 죽음의 디저트,
지구는 내일도 태양에 구워지고
수성 금성 목성 화성 토성 명왕성 이것들은 누가 주문한 걸까?
김백형 시인 / 우산꽃 피었습니다
그런 생각 해 본 적 있나요?
우산을 만든 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그대로 本뜨지 않았을까
보세요, 구름의 억장이 무너질 때 악착같이 딛고 서라 지팡이가 있잖아요 악에 받치면 하늘이라도 들이받아라 뿔까지 나 있고
우산살을 펼치니 아담의 갈비뼈 아래 지붕마저 둥근 에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한동안 눈길 한 번 안주던 우산을 들고 정류장으로 나갑니다
퍼붓는 빗줄기, 손아귀 위엔 우산꽃 피고 그 안에서 갓 나온 식빵처럼 우린 만납니다
뒷등 다독이는 빗소리 한쪽 어깨 젖어도 속마음은 젖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傘이 길을 떠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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