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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백형 시인 / Update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4. 22.

 

김백형 시인 / Update

 

 

훌렁 속옷까지 벗어놓고

바나나는 바나나가 되러 갔다

 

흑반점투성이도

이 세상에 미끄러져 저 세상으로 갔고

 

그걸 이해하면 달 대신 바나나가 뜬다

 

흰구름도 오래 두면 먹구름이 되지

이름자를 벗겨봐

빗줄기가 쏟아질걸

 

되기 싫은 바나나가 믹서기에 갈릴 동안

뚝,

글러브에서

손가락 하나를 끊어온다

 

노란 비명이 쫓아온다

 

 


 

 

김백형 시인 / 마카롱

 

 

보름에 한 번

뒷산에서 푸른 늑대가 운다

 

써서 달달한 꿈이

한 달이면 만들어진다

 

일 년 열두 달 빨주노초파남보

가지각색 입고 오는

 

생은 죽음의 디저트,

 

지구는 내일도 태양에 구워지고

 

수성 금성 목성 화성 토성 명왕성

이것들은 누가 주문한 걸까?

 

 


 

 

김백형 시인 / 우산꽃 피었습니다

 

 

그런 생각 해 본 적 있나요?

 

우산을 만든 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마음을 그대로 本뜨지 않았을까

 

보세요, 구름의 억장이 무너질 때

악착같이 딛고 서라 지팡이가 있잖아요

악에 받치면 하늘이라도 들이받아라 뿔까지 나 있고

 

우산살을 펼치니

아담의 갈비뼈 아래 지붕마저 둥근 에덴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한동안 눈길 한 번 안주던 우산을 들고

정류장으로 나갑니다

 

퍼붓는 빗줄기, 손아귀 위엔 우산꽃 피고

그 안에서 갓 나온 식빵처럼 우린 만납니다

 

뒷등 다독이는 빗소리

한쪽 어깨 젖어도 속마음은 젖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傘이 길을 떠가고

 

 


 

김백형 시인

2017년 《문학의 오늘》로 등단. 2017년 제6회 오장환신인문학상 당선. 인문창작공간 <봄울지도> 운영. <12 더하기 시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