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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순 시인 / 푸른 경전
쓰레기통 열 자 음식 찌꺼지 엇섞여 뻘뻘 땀 흘리며 썩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런데 놀라워라 좌불한 스님처럼 그 속에 천연덕스레 앉아 짝 틔우고 있는 감자알 통 속이 일순 광배 두른 듯 환해지네 저 푸른 꽃 캄캄한 악취에도 육탈하는 것 따뜻하게 천도하는 저것이 바로 생불
김화순 시집 『사랑은 바닥을 쳤다 』, [천년의 시작] 에서
김화순 시인 / 애월 해안로 953-22
케케묵은 그리움을 묶어두는 볼라르 시간은 오늘도 네 등짝을 마구 할퀴다 사라진다
뭍으로 올라오는 칼바람에 베인 바람을 너는 휘어진 늑골 사이에 차곡차곡 수납한다
바다에 잠긴 구름은 햇살 아래 사라진 기억으로 맴돌고 안개는 달빛 아래 완벽한 하루를 꿈꾸지만
정박한 하루가 뱃전을 어슬렁거리는 해안가에서 너는 오래전 사라진 소문을 수소문하고 있다
수평선 너머 번지는 불빛을 향해 조금씩 기울다 쓰러져 검은 물비늘 아래 가라앉아 폐닻이 되려나
계절은 잘게 쪼개져 매화, 동백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너는 젖은 손 부비며 기다림만이 너의 존재 이유라는 듯
매일 밤 수만의 달빛 풀어 그리움을 짜는 애월 해안로 953-22, 페넬로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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