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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상희 시인 / 장마, 마음의 노역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6.

이상희 시인 / 장마, 마음의 노역

 

 

거기 가면

비로소 깊은 숨 내쉬었지

머뭇거리지 않고

가두거나 죄지 않는 포옹 속에서

하아, 천만 번 한숨

일생의 멍을 풀자

더욱 푸르던 바다

 

지금 땅 위엔 장마,

길고 질긴 비 창살에 갇혀

아스팔트 꺼져내린 웅덩이마다

바다를 길어다 붓는다.

 

- 시집 '벼락무늬' 에서 -

 

 


 

 

이상희 시인 / 서랍 정리

 

 

추억의 검은 지푸라기 속에

연인이 되려다 만 명함 속에

빛이 들어간 필름 속에

놓쳐 버린 공연 티켓 속에

차마 못 부친 편지 속에

밀린 세금 고지서 속에

끼여 있는

푸른 지우개 가루

 

언제 털어 내나?

 

 


 

이상희 시인

1960년에 부산에서 출생. 부산여대 국어교육과 졸업. 1987년 《부산일보》 신춘 문예에 시 <봉함 엽서> 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벼락무늬』(민음사, 1998)와 『잘 가라 내 청춘』』(민음사, 2007)이 있음. 문예지 기자, 방송작가, 출판사 편집자를 역임. 현재 시 창작과 그림책, 동화 창작 및 번역 작업 활동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