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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하반기 현대시 신인상 당선작 박일만 시인 / 낫
이것은 불의 뜨거움 속에서 순함을 다스려 우려낸 몸이다. 저잣거리를 떠나 떠도는, 다분히 천박한 태생이었으나 짙푸른 분노를 두드려 날카로움을 얻었기에 그 품성이 매사에 도리를 다하는 촌부의 둥근 갈비뼈를 닮았다. 그러하니 암흑 속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세우고자 하는 모든 이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없도다, 오늘밤 한 시대의 어둠을 삭혀 횃불을 높이 드는 거짓 선지자의 눈빛이여, 이것은 침묵을 섬기는 몸. 짙푸른 분노를 두들겨 날카로움을 안으로 숨긴 지혜의 둥근 덩어리.
박일만 시인 / 이장移葬
한 생을 감쌌던 늑골이 무너져 누우신 자리가 무척이나 불편하셨겠다. 용서하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신가, 염을 했던 허물까지 벗으신 채 의치를 내보이며 웃으신다. 가지런한 뼈 사이에서 들려오는 헛기침 소리. 식솔보다 객짓밥을 좋아하셔서 늘 바람 속에 집을 짓고 사셨지. 비탈진 삶, 호방하시던 성품, 이제 그만 세상의 업보를 푸세요. 꽃 덮고 햇빛 덮고 바람처럼 잊으세요. 천 근 만 근 떨어지지 않는 발을 떼며 내려오는 하산길, 희끗한 머리카락 몇이 따라와 기척을 한다. 아, 아버지!
박일만 시인 / 객관적인 달
1
저문 당신의 정원은 관습처럼 교교하다. 서늘한 눈빛으로 당신의 정원을 흔드는, 나는, 객관적인 달이다. 망연한 허공 그 중심을 듣고 서서 은하계와 내통하는 은밀함으로 오늘밤 당신과 불온한 인연을 맺고 싶다. 그러나 당신은, 내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무채색의 들판을 키우고, 수심 가득한 책을 읽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성호를 긋듯, 마, 리, 아
2
당신, 내 안에 있군요. 무수한 시간 속에 나를 저장하는군요. 쿵쾅거리는 심장의 격렬함, 마음속 깊이 희미한 의식에 전깃불이 들어오면서 붉은 피가 흐르네요. 오래 전에 꾸었던 꿈의 한 장면이 스, 크, 랩, 되, 네, 요. 내가 당신 안에 있어도 될까요? 추억 속에 깨알 같은 시간을 슬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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