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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월수 시인 / 화살나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7.

김월수 시인 / 화살나무

 

 

화살 한 짐 지고 서면 과녁 마저 사라지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생각을 잊었는지

끝끝내 날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바라보니 내 아버지를 똑 닮았다

빠른 걸음 날카롭게 빛나는 촉을 품고도

가난만 우글거리는

산마루를 지키면서

 

제대로 한 번을 날아보지 못했으니

속으론 얼마나 날아가고 싶었을까?

붉어진 서쪽 하늘을

몇 백 번 태웠을까?

 

나 또한 심장 안에 열망만을 쌓다가

후회처럼 늦가을에 마침내 다달았지만

한 번은 날아갈 것이다

​하늘 우물 속으로

 

-『화살나무』, 고요아침 2020.

 

 


 

 

김월수 시인 / 빙화(氷花)

 

 

북극에서 처음 시작한 이별이 그렇게 좋은가요

오늘만큼은 시작점을 너무 빨리 만들지 마세요

슬픔이 가득한 봉오리에선 이별이 얼굴을 내밀지 몰라요

뜨거운 상태로 다가오지 말아요

당신 숨결이 손 끝에 닿는 순간,

그냥 한꺼번에 녹아내릴 거예요

 

유리창에서 막 피고 있는 꽃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순간

밖은 온통 명랑들뿐이에요 눈들은 다정하고

힘센 바람까지 너무나 친절해요

햇살이 반짝, 설산 위에 머무를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발 슬픔의 안부가 되어주세요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단단함이 당신과 나 사이에서

갈라지도록 내버려두세요

우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번지고 있는 거잖아요

빙점을 살려내려는 차가운 몸부림을 멈추지 말아줘요

 

헤어진 사람과는 헤어진 공간만 있을 뿐이잖아요

 

나 오늘 어디든 가서 푹푹 빠져볼래요

그러면 그 속에서 잠자고 있는

당신 닮은 에델바이스 한 포기 발견할 수 있을까요

 

<시인동네> 2020. 5월호

 

 


 

김월수 시인

2012년 ≪열린시학 ≫ 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와 나의 파도타기』, 『서둘러 후회를 하다』가 있음. 임화 문학상 수상.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