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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원 시인 / 속성의 색깔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9.

최원 시인 / 속성의 색깔

 

 

내려 앉은 먼지의 속성은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 보면 알 수 있다

설탕물을 빨아먹고 익어서 당도 높은 수박과

먹 물의 옆에서 검어진 사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

 

나는 혼자서 염색한다

늘어 가는 흰머리 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지워지거나 비워지거나

주변 머리부터 서서히

 

이야기를 나누다 낯빛이 얼룩진

어제의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떤 말이 너의 얼굴에 묻은 것인가

내 앞에서 더러워지는 얼굴

 

언제부턴가 나는 말이 많아지고

머릿속은 비워지는 것 같다

 

나의 말은 검은가 뇌를 가득 채웠던

말들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인가

잘 갈린 칼처럼 나는 빛나는 이빨을 가졌고

긴 혀는 부드러우나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검정

 

내가 나를 부둥켜안고

내 몸에 얼굴을 문지르는 동안

베어지고 찢어지고 닳아 버린 입술의 둘레

나는 자꾸 어두워지고 마침내

암전의 근조 등처럼

먼 곳에서 흔들리는 얼굴

 

최원 시집 『미영이』, 《파란》에서

 

 


 

 

최원 시인 / 모란

 

 

암술

수술

줄기

가시

푸른 잎

붉은 꽃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머리

꼬리

그을린 살점

늘어진 혀

허공을 긁던 발톱

누렇게 드러낸

송곳니

 

개가

매대 위에

쌓여 있다

 

ㅡ최원, 『미영이』, 파란, 2018, pp.18~19.

 

 


 

최원 시인

1974년 충남 안면도 출생. 서일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5년 <시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저서로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