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 시인 / 속성의 색깔
내려 앉은 먼지의 속성은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 보면 알 수 있다 설탕물을 빨아먹고 익어서 당도 높은 수박과 먹 물의 옆에서 검어진 사람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다
나는 혼자서 염색한다 늘어 가는 흰머리 나의 머릿속은 하얗게 지워지거나 비워지거나 주변 머리부터 서서히
이야기를 나누다 낯빛이 얼룩진 어제의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떤 말이 너의 얼굴에 묻은 것인가 내 앞에서 더러워지는 얼굴
언제부턴가 나는 말이 많아지고 머릿속은 비워지는 것 같다
나의 말은 검은가 뇌를 가득 채웠던 말들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인가 잘 갈린 칼처럼 나는 빛나는 이빨을 가졌고 긴 혀는 부드러우나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검정
내가 나를 부둥켜안고 내 몸에 얼굴을 문지르는 동안 베어지고 찢어지고 닳아 버린 입술의 둘레 나는 자꾸 어두워지고 마침내 암전의 근조 등처럼 먼 곳에서 흔들리는 얼굴
최원 시집 『미영이』, 《파란》에서
최원 시인 / 모란
암술 수술 줄기 가시 푸른 잎 붉은 꽃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머리 꼬리 그을린 살점 늘어진 혀 허공을 긁던 발톱 누렇게 드러낸 송곳니
개가 매대 위에 쌓여 있다
ㅡ최원, 『미영이』, 파란, 2018, pp.18~19.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택수 시인 / 모래인간 (0) | 2022.05.09 |
|---|---|
| 최예슬 시인 / 변명 외 4편 (0) | 2022.05.09 |
| 김왕노 시인 / 늙은 악공 (0) | 2022.05.09 |
| 이원희 시인 / 신산한 각도 42° 외 3편 (0) | 2022.05.09 |
| 고영민 시인 / 사랑의 불가능 (0) | 2022.05.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