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문정영 시인 / 딥페이크 연애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4.

문정영 시인 / 딥페이크 연애

 

 

얼굴이 얼굴방울로 매달려 있다

진짜 같은 가짜 표정

몰입하는 물방울, 불면하는 물방울

떨어지면서 몸이 붙은 다른 얼굴들

격정의 동영상들이 출렁인다

얼굴 없는 연애는 음성으로만 흐르는 것

요동치면 요동치는 눈썹처럼 수만 갈래의 길이 생겨난다

너무 밀착해서 보이지 않는 길

표정으로 바꿀 수 없는 길

이 순간이 저 순간을 해독할 수 있을까

두근거림이 없는 심장들

방금 두 겹구름 얼굴이었는데 소낙비가 쏟아진다

너는 특정인, 나는 궁극에 홀로인 자

너는 숨는 자, 나는 내 안에서 너를 쫓는 자

너는 나의 합성 조합들

독은 살기 위해 번지는 것일까?

 

계간.『시와 사람』 2021년 여름호 발표

 

 


 

문정영 시인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 『두 번째 농담』 등이 있음. 시산맥 발행인, 윤동주 서시 문학상 대표.지리산문학상 공동 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3회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