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후영 시인 / 봄은 손수레를 타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5. 16.

김후영 시인 / 봄은 손수레를 타고

 

 

벚꽃이 환한 날

손수레에 벽돌을 실어 나르는데

바람결에 하얗게 흩날리는 꽃잎들

 

숨 쉬는 걸 잊은 듯 감탄하며 보고 있는데

얼굴을 스치며 떨어지는 꽃잎들

 

문득

목장갑에 작업화를 신고 서 있는 모습을 자각하는데

쉼 없이 달려오느라 고단했던 일상을

슬그머니 만져주는 꽃잎들

 

머리카락 세어가듯

수레 안 벽돌 위로 쌓여가는 꽃잎들

 

 


 

 

김후영 시인 / 그런 거지

 

 

무 토막 썰어내듯 그렇게 쉽게 잘라낼 수는 없는 거지 순간 마주친 눈빛이 가슴에 박혀 영원히 사는 것처럼 끊어낼 수 없는 인연도 있는 거지 상상과 현실이 달라 당황해 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적응해 가는 거지 달려드는 예감을 밀어낼 수 없는 것처럼 운명에 끌려가기도 하는 거지 호흡 맞추는 법을 잊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도 무엇이 금기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아도 헤픈 정은 꾹꾹 눌러야 하는 거지 연민과 아픔 사이의 비밀을 일부러 외면하는 거지 쉽게 말하지만 쉽지 않은 일도 있는 것처럼 헤어지는 일보다 다가서는 일이 어려울 때도 있는 거지 감지되는 주파수가 많아도 채널 하나에만 고정하는 것처럼 한번의 눈 맞춤에 그리움이 생기기도 하는 거지

 

 


 

김후영 시인

이화여대 국문과 박사과정. 2006년 계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 공저 <21세기 문화현실과 젊은 소설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