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민 시인 / 신분당선
급행열차를 탄다 기관사가 없어도 문이 열리고 닫힌다 맨 앞 칸으로 가면 어둠 속을 질주하는 불빛을 볼 수 있다
내시경 카메라가 식도를 훑고 지나가는 것 같다
객실 안은 마스크 쓴 사람들로 가득하다 새로운 풍경이다
어떤 단어에 신이 붙는 것은 새롭다는 뜻일까 다르다는 뜻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운 좋게 몇 개의 역을 지나쳤지만 미래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내가 비건이 되면 세상에 단 두 마리 뿐인 북부흰 코뿔소가 멸종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늦게 도착하는 사람 걱정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면 이미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기침을 한다 마스크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본다 이 장면에도 신이 존재할까 신동탄까지 내려 갔지만 그곳은 동탄이 아니었다
믿음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환승역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는 이미 지나갔는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마스크는 불안의 안쪽일까 바깥쪽일까
《시인 동네 2020.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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