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숙 시인 / 이팝나무 아래로
밥 먹으러, 아부지 우리 같이 가요 초록색 선명한 줄무늬 넥타이 매고 머릿기름 발라 올백으로 넘기고 이팝나무 아래로 저랑 같이 가요
백발이면 어때요 걸어온 길 자꾸 희미해지면 어때요 청춘을 건너오지 않은 백발 겨울 뚫고 오지 않은 봄나무 어디 있나요
얼마나 배고팠으면, 이팝나무 제 이름 서러운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퍼담기만 하는 저 하얀 밥송이 자꾸 흘리는 아이 머리통 쥐어박으며 저만치 봄날은 가네요
울다가 숟가락 놓치더라도 놓친 숟가락 다시 잡더라도 어둠이 내려 길마저 놓치기 전에 아부지, 우리 밥 먹으러 같이 가요
강문숙 시인 / 가을 戀歌
가을이 오면 빈 들판 같은 가슴으로 그대에게 가리라 충만한 시간 속의 열매는 홀연히 문밖을 나서는 聖者의 얼굴 고요한 눈빛 속으로 저녁 강이 흐른다
이마 푸른 바람으로 오는 그대여, 독화살을 쏘아다오 지금 울지 않으면 저 바람도 끝내 산을 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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