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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고두현 시인 / 일용할 양식

by 파스칼바이런 2022. 6. 10.

고두현 시인 / 일용할 양식

 

 

알 낳기 전 모기는

1초에 800번 날갯짓하며

제 몸 날려 애앵애앵

피를 빨고

 

모기보다 열 배 큰 벌새는

1초에 90번 날개 치며

공중에 부웅부웅

꿀을 빨고

 

벌새의 이만 배나 되는

나는 1초에 한 번 치는 심장에도

오만 생각 우우우우

벌렁거리고

 

하루 한끼

밥 버는 일이 어찌 이리

다를까만

 

이마저 알에서 나와

날개 처음 파닥이던

그날처럼 떨리는 일

 

광속의 저 별빛도

지상의 방 한칸

밝힐 때까지

 

날갯짓 수천만 번

심장도 그만큼

펄떡이며 뛰었으리

 

- 계간 《시사사》 2021년 가을호, 「신작특집」에서 -

 

 


 

고두현(高斗鉉) 시인

1963년 경남 남해(南海)출생.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중앙일보(中央日報)』 신춘문예에 시「유배시첩(流配詩帖)」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가 있으며,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1988년부터 『한국경제신문(韓國經濟新聞)』기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