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시인 / 일용할 양식
알 낳기 전 모기는 1초에 800번 날갯짓하며 제 몸 날려 애앵애앵 피를 빨고
모기보다 열 배 큰 벌새는 1초에 90번 날개 치며 공중에 부웅부웅 꿀을 빨고
벌새의 이만 배나 되는 나는 1초에 한 번 치는 심장에도 오만 생각 우우우우 벌렁거리고
하루 한끼 밥 버는 일이 어찌 이리 다를까만
이마저 알에서 나와 날개 처음 파닥이던 그날처럼 떨리는 일
광속의 저 별빛도 지상의 방 한칸 밝힐 때까지
날갯짓 수천만 번 심장도 그만큼 펄떡이며 뛰었으리
- 계간 《시사사》 2021년 가을호, 「신작특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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