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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차주일 시인 / 홀로에 도착하지 못했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1.

차주일 시인 / 홀로에 도착하지 못했다

 

 

 홀로면 보게 되는 땅바닥에 홀로면 보이는 제 걸음 간격으로, 발자국화석이 찍혀있다. 오늘 그의 사연이 내게로 배달되었다. 주소지가 내려다보는 발치라는 것, 외로움이 봄을 옮겨 놓는 배달부란 것 알겠는데, 오직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사연만은 풍화된 지 오래다. 누가 자기를 버린 겉봉인가? 행방불명인지, 지금도 제자리에서 헤매고 있는지. 두리번거리는 자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를 땅거미가 힐끔댄다.

그는 아직도 수취인을 찾지 못해 배달 중이고, 발자국 깊이에 담긴

어둠 한홉을 읽지 못해 밝은 나는 아직 홀로에 도착하지 못했다.

 

 


 

 

차주일 시인 / 두 번째 심장

 

 

내 심장은 부모의 발걸음 소리였다. 그러나

너를 처음 본 순간

멎었던 내 심장은 새로운 박동을 시작했다

멎음이 만들어낸 박동에

내 숨은 산모의 신음처럼 팽창하였고

네 첫 심장의 마지막 박동은

내 두 번째 심장의 첫 박동이 되었다

사랑은 내 몸에서 너의 맥이 생존하는 동안

내 심장은 너의 발걸음 속도로 뛴다

너는 발자국을 마음으로 승화시키기에

나는 네가 오는 단 한순간을 놓친 적 없다

텔레파시가 영원한 기다림 중의 한순간임을 알게 된 나는

발걸음과 마음이 한 호흡임을 말하지 않는다

심장은 온몸을 고막으로 탈바꿈시킨 사람의 성대

내 온몸 내떨게 하는 음파를 밟아가면

내 발걸음 멈출 곳에 너는 이미 와 있다

우리란 발걸음을 소진한 곳에서 마주선다는 말

우리는 가슴을 심실처럼 맞대고

네 팔을 대동맥과 폐정맥처럼 휘감는다

포옹은 심장의 형상으로 멎은 마음의 요람이다

 

 


 

차주일 시인

1961년 전라북도 무주에서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수학. 2003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냄새의 소유권』(천년의시작, 2010),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가 있음. 계간 《포지션》 편집 주간. 2011년 윤동주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 제14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