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 시인 / 검은 거미의 사랑 노래
어둠의 목구멍에서 거미가 기어 나와 허공에 집을 지으며 밤을 노래하라 하네 거미는 어둠의 친구 거미는 어둠의 아들 거미는 어둠의 집에서 실을 뽑아서 날벌레를 얽어매고 진실을 말하라 하네 나는 눈 감고 아무 말도 못하네 거미는 허공을 맴돌며 어둠의 중심에 있는 살을 파먹고 하늘의 별을 노래하네 거기 네 목구멍까지 기어나오지 못하고 소리치고 있는 진실을 들려주라 하네 그 노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오던 지혜의 이야기 자신을 속이지 말고 살라고 하는 가르침인데 거미는 밤의 노래를 부르며 벙어리가 된 나에게 내일의 노래를 부르라 하네
시집 『황금 가랑잎』(서정시학, 20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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