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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동호 시인 / 검은 거미의 사랑 노래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1.

최동호 시인 / 검은 거미의 사랑 노래

 

 

어둠의 목구멍에서 거미가 기어 나와

허공에 집을 지으며 밤을 노래하라 하네

거미는 어둠의 친구

거미는 어둠의 아들

거미는 어둠의 집에서 실을

뽑아서 날벌레를 얽어매고 진실을 말하라 하네

나는 눈 감고 아무 말도 못하네

거미는 허공을 맴돌며 어둠의 중심에 있는

살을 파먹고 하늘의 별을 노래하네

거기 네 목구멍까지 기어나오지 못하고

소리치고 있는 진실을 들려주라 하네

그 노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오던 지혜의 이야기

자신을 속이지 말고 살라고 하는 가르침인데

거미는 밤의 노래를 부르며

벙어리가 된 나에게 내일의 노래를 부르라 하네 ​

 

시집 『황금 가랑잎』(서정시학, 2021)에서

 

 


 

최동호 시인

1948년 수원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부문 당선, 같은 해 《현대문학》에 추천완료되어 시인이며 평론가로 활동 中. 시집으로 『황사바람』, 『아침책상』(1988), 『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공놀이 하는 달마』, 『불꽃 비단벌레』 등이 있음. 시론집에 『現代詩의 精神史』, 『불확정시대의 文學』, 『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 『시 읽기의 즐거움』, 『디지털 문화와 생태시학』,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 등이 있음. 와세다대학, UCLA 등의 방문교수 및 경남대·경희대 교수, 제41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2021년 제18회 제니마 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