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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오현정 시인 / 시인과 개미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1.

오현정 시인 / 시인과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그의 소설 네 줄을 읽는 동안

40명의 사람과 7억 마리의 개미가

지구 위에 태어나고 있다고 했다

 

얘야, 왜 시인이 되었냐고 자주 물었지

천사이면서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서이지

말씀을 전하면서도 자기를 높이고 싶어서이지

 

얘야, 네 책상 앞에 있는

'개미를 보고 배우라'는 그 말씀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앵무새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길잡이인 등대가 되어 보라는 것이다

 

이 순간 죽어가는 5억 마리의 개미를 보고

죽어가는 30명의 사람을 생각해 보란 것이야

얘야, 개미를 관찰하다 보면 보인다

불쌍하고 소중한 우리 영혼이

 

 


 

 

오현정 시인 / 바이칼 호수

 

 

네 속이 훤히 보여

담그다 놀란 발을 뺀다

시린 가슴을 자꾸 쓸어내리다

 

신비한 청람빛

깊이깊이 들어가고 싶은

내 마음에 눈물이 솟는다

 

생명도 두려움 없이

내 가진 것 다 주랴

달려 온

 

너의 눈 속에 나를 보니

태초의 인류문명

그 젖줄에 닿으니

 

 


 

오현정(吳賢庭) 시인

1952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1978년, 1989년 『현대문학』 2회 추천완료로 등단. 시집 『지금이 가장 좋은 때』 『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 『고구려 남자』 『에스더 편지』 『봄온다』 『물이 되어, 불이 되어』 『마음의 茶 한 잔 · 기타 詩』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한국문협작가상, PEN문학상, 애지문학상, 숙명문학상, 김기림문학상대상 등을 수상.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센타 문예창작 강사 역임,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계간 『시산맥』 『시와문화』 『착각의시학』 편집자문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