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연순 시인 / 분홍 눈사람
오래된 잿빛 뼈마저 온 동네 꽃잎 내리는 날
나무와 나무 사이 전동 휠체어 한 대 멈춰 있다
흩날리는 꽃잎 음계를 밟고 따라갈 수 없는 마음인가
가슴을 문지르는 그리움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걸까
점심이 지나도록 나무와 나무 사이 한 사람이 그대로 앉아 있다
기억의 빈 문간에 꽂혀 있는 시간의 빛깔
한연순 시인 / 공갈빵
백일몽이라도 잠적한 꿈은 늘 발효를 시도하지
누군가 텅 빈 내용을 먹고 있다
헛된 꿈이라도 잡고 싶은 날
봄볕에 모여든 사람들이 희망처럼 부풀어 오른
산산조각을 먹는다
단 꿀물 흐르는 허공의 메아리를
한연순 시인 / 봄밤
덜컥 나의 심장에 시동이 걸릴 수만 있다면
골망이 찢기도록 너를 향해 중거리 슛을 날릴 수만 있다면
각자 축구경기를 보는 동안 놀란 별들이 밤하늘에 나와 있다
오발탄이라도 쏘아 올리고 싶은 밤 희미했던 별들이 찬란하다
시간의 기억들이 굴러서 별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 시집 <분홍 눈사람> 2021.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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