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홍진기 시인 / 라일락 피어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

홍진기 시인 / 라일락 피어

 

 

라일락 꽃내음이 손을 들어 흔들어서

내 소녀 살내음이 문틈으로 배어 드네

성숙한

그 몸내음이

맑은 영혼의 향내음이

 

고독은 덧없는 푸념 시간을 태워내고

동살에 쫒기는 밤 갈래등에 불이 가고

살품을

돌아나가는 아침

열아홉쯤 꽃바람

 

배나무나 벚나무나 소쩍새 섧게 울어

살구꽃 그늘을 베고 돌아앉는 내 소녀

애채에

어린 새 앉아

피는 봄을 씹고 있네

 

<창원문학> 2021. 32호

 

 


 

 

​홍진기 시인 / 할머니의 석류나무

 

 

주인이 떠난 집을 석류나무 지키는 집

 

계절이 어느 사이 수십 번을 다녀간 집

 

석류꽃

철없이 붉어

휘어지는 죽지뼈

 

석류나무 그루잠*에 할머니 꿈을 꾸다

 

꿈에서 깨어나면 젖어있는 눈시울

 

긴 세월

어렵게 살며,

혼자 늙는 석류나무

 

* 그루잠: 두벌잠. 깨었다 다시 드는 잠

 

 


 

홍진기(洪鎭沂) 시인

(소설가)1936년 경남 함안군 출생. 호 소정(小丁). 동국대 국어국문과 졸업. 1979년 『현대문학』 시, 1980년 『시조문학』 시조 천료. 시집 『무늬』 『낙엽을 쓸며』 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창원시문화상 등 받음.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고교교사로 근무.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