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기 시인 / 라일락 피어
라일락 꽃내음이 손을 들어 흔들어서 내 소녀 살내음이 문틈으로 배어 드네 성숙한 그 몸내음이 맑은 영혼의 향내음이
고독은 덧없는 푸념 시간을 태워내고 동살에 쫒기는 밤 갈래등에 불이 가고 살품을 돌아나가는 아침 열아홉쯤 꽃바람
배나무나 벚나무나 소쩍새 섧게 울어 살구꽃 그늘을 베고 돌아앉는 내 소녀 애채에 어린 새 앉아 피는 봄을 씹고 있네
<창원문학> 2021. 32호
홍진기 시인 / 할머니의 석류나무
주인이 떠난 집을 석류나무 지키는 집
계절이 어느 사이 수십 번을 다녀간 집
석류꽃 철없이 붉어 휘어지는 죽지뼈
석류나무 그루잠*에 할머니 꿈을 꾸다
꿈에서 깨어나면 젖어있는 눈시울
긴 세월 어렵게 살며, 혼자 늙는 석류나무
* 그루잠: 두벌잠. 깨었다 다시 드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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