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시인 / 땅속의 방
집을 옮겼다. 자유를 찾아 산을 넘는 마리아 가족처럼 끈적거리는 밤이슬 맞으며 도둑이사를 했다. 밀린 월세 갚지 못할 만큼 불어난 빚 어둠을 베어내는 별빛. 희미하게 보이던 길마저 지웠다. 곰팡이 키들거리는 땅 속 온몸을 오그려 눕는다. 이 부딪히는 소리 서역남도 끝처럼 마지막처럼 흩어졌다. 쪽창으로 밀려오는 달빛을 안고 비단길이 없음을 알았다. 밤마다 야반도주를 생각했다. 스멀스멀 몸을 헤집는 차가운 습기속에서 거꾸로 메달려 다짐하고 다짐했다. 아침이 오면 땅속까지 비단길이 열리는 그런 아침이 온다면 비로소 나 얼굴에 핀 버짐꽃 이야기할 수 있겠다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경호 시인(괴산) / 화분 외 1편 (0) | 2022.07.25 |
---|---|
허영숙 시인 / 나비그림에 쓰다 외 4편 (0) | 2022.07.25 |
이경호 시인(서산) / 웅덩이 외 5편 (0) | 2022.07.25 |
박소진 시인 / 사루비아 터널 외 1편 (0) | 2022.07.25 |
손미 시인 / 누구도 열 수 없는 병 속에서 외 4편 (0) | 202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