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이경호 시인(괴산) / 화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5.

이경호 시인(괴산) / 화분

 

 

고추나무 한그루가 아파트 정원을 품고 있다

 

폐활용 화분에 자투리 시간을 심어서

해바라기로 어루만져 가꾼

경비 아저씨의 정성이

빨간 고추로 주렁주렁 열려 있다

 

어깨로 바람을 가르며 다녔던

중년이 무료함과 쓸쓸함을 주어서 가꾼 가을 한 채

 

꽃피던 시절의 소란스러움을 잊고

존재의 삐걱거림을 풀어놓다가

열매까지 얻었다며

말릴 수 없는 호탕한 웃음이 휘청거린다

 

길 잃은 고추잠자리 한 마리

빨간 고추에 앉아

소나기 날던 허공으로 눈을 굴리고 있다

 

- 계간 《시마(詩魔) 제9호(2021, 9)에서 -

 

 


 

 

이경호 시인(괴산) / 비둘기의 삶

 

 

도로변으로 먹이를 찾아 나선

평화의 사고들

깃털 세워 필사의 삶을 낚고 있다

 

오가는 차량에 짓눌린 먹잇감을 쫓다

불청객의 굉음에 놀라

푸드득 날아오르는 삶의 비련

 

그것도 잠시

생(生)을 위한 그들만의 처절한 몸부림

알면서도 뛰어든 그 위험한 삶들

 

어쩜

그들은

내 부끄러운 삶을 조롱이나 하듯

앞을 서성이며 먹이를 쫓고 있다

 

- 계간 《시마(詩魔) 제7호(2021. 3)에서 -

 

 


 

이경호 시인(괴산)

충북 괴산 출생.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2019년 <한국문학방송> 제10회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성동구민대학 시창작반, 성동구립도서관 글쓰기 동아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