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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예진 시인 / 기다린다는 것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5.

김예진 시인 / 기다린다는 것

 

 

내 손이 닿는 곳으로 네가 온다면

나는 너의 손을 잡고 꽃길을 걷고 싶다

강의가 끝난 실습실에서

사부작대고 올 너를 기다리며

따스했던 너의 체온을 기억 한다

햇살머리에 섰다가 사라지는 것들

저편 길에 내려앉은

기다림은 왜 더디 오는 걸까

먼데서 어둔 길 더듬어 오기 때문일까

하얗게 찢어지는 봄고양이 울음

여러 개의 바람눈

킁킁대는 겨울귀퉁이

흡사 하얗게 칠해진 벽과 같다

해를 귀담아 듣지 않는

오랜 기다림의 끝

비를 머금은 먹구름 탓일까

헛된 빗방울이 거꾸로 매달린다

너는 뒷걸음치고

나는 엄지발 치켜들고 기다린다

 

 


 

 

김예진 시인 / 하구의 방

 

 

수두룩하다

흰 꽃처럼 야윈 여기

천리백리

흰 강폭을 따라

구름처럼 모여 든

늦가을 그림자

빈틈이 많은

모래언덕에 서서

왔던 길 돌아보니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이

늙은 강둑을 기대고 섰다

굽이굽이

마르지 않았던

하얀 눈물은

되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움

붉은 백일홍이 소란스럽다

한 무리 새떼가 강 너머로 간다

하구언 바람이 곁에 와서 눕는다

 

 


 

김예진 시인

경남 진주 출생, 2014년 월간 《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2017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6년 세종도서 우수도서 선정. 2017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게스트하우스』(세종도서 우수도서선정)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