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시인 / 기다린다는 것
내 손이 닿는 곳으로 네가 온다면 나는 너의 손을 잡고 꽃길을 걷고 싶다 강의가 끝난 실습실에서 사부작대고 올 너를 기다리며 따스했던 너의 체온을 기억 한다 햇살머리에 섰다가 사라지는 것들 저편 길에 내려앉은 기다림은 왜 더디 오는 걸까 먼데서 어둔 길 더듬어 오기 때문일까 하얗게 찢어지는 봄고양이 울음 여러 개의 바람눈 킁킁대는 겨울귀퉁이 흡사 하얗게 칠해진 벽과 같다 해를 귀담아 듣지 않는 오랜 기다림의 끝 비를 머금은 먹구름 탓일까 헛된 빗방울이 거꾸로 매달린다 너는 뒷걸음치고 나는 엄지발 치켜들고 기다린다
김예진 시인 / 하구의 방
수두룩하다 흰 꽃처럼 야윈 여기 천리백리 흰 강폭을 따라 구름처럼 모여 든 늦가을 그림자 빈틈이 많은 모래언덕에 서서 왔던 길 돌아보니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이 늙은 강둑을 기대고 섰다 굽이굽이 마르지 않았던 하얀 눈물은 되돌아가지 못하는 그리움 붉은 백일홍이 소란스럽다 한 무리 새떼가 강 너머로 간다 하구언 바람이 곁에 와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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