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국 시인 / 금당산
꼬랑지 말아 올린 다람쥐 도토릴 갉아먹다 말고 쫑긋 쳐다본다 허옇게 중둥이 꺾인 오리나무 목관악기인 양 두들겨 쪼는 딱따구리와 꺼병이 몇 마리 이끌던 유추의 꿩 내외가 좀체 날아가질 않는다 조릿대잎 스치는 잔바람 한 올에도 깜짝 놀라는 산토끼도 싸리꽃 덤불에 웅크린 고라니도 주춤 주춤 일어서며 말간 눈빛을 보내온다 매일같이 산책 핑계 삼아 회똘회똘 오가는 나를 한 식구나 진배없이 여기는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외려 혓바닥 널름거리며 볕 죄는 유혈목이 질겁해 꺼리는 숲길 간밤 퍼붓던 폭풍우를 어떻게 피했는지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노랑나비 한 마리가 어깨 살폿 내려앉아 함께 걷는다 연전에 큰 눈 맞이하여 그득그득 견디다가 생채로 찢어진 적송과 같이 팔 한쪽 내주지 못했어도 도무지 손쓸 수 없어 머쓱 바라보기만 하였어도
계간 『생명과문학』 2021년 겨울호에서
조성국 시인 / 복어
산통을 끝내신 뒤 내 배를 만지시며
저 먹을 걸 갖고 나왔나 오해는 하셨을까
이놈이 화가 났구나, 짐작은 하셨을까
수평선 너머까지 맨발로 나오실 걸
앞뒤를 만져 보시다 혀를 차실 거야
얼마나 독하게 살았으면 배만 나왔다, 하시겠지
<시조미학>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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