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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성국 시인 / 금당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5.

조성국 시인 / 금당산

 

 

꼬랑지 말아 올린 다람쥐

도토릴 갉아먹다 말고 쫑긋 쳐다본다

허옇게 중둥이 꺾인 오리나무

목관악기인 양 두들겨 쪼는 딱따구리와

꺼병이 몇 마리 이끌던 유추의 꿩 내외가

좀체 날아가질 않는다

조릿대잎 스치는 잔바람 한 올에도 깜짝 놀라는

산토끼도 싸리꽃 덤불에 웅크린 고라니도 주춤

주춤 일어서며 말간 눈빛을 보내온다

매일같이 산책 핑계 삼아 회똘회똘 오가는 나를

한 식구나 진배없이 여기는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외려 혓바닥

널름거리며 볕 죄는 유혈목이 질겁해 꺼리는 숲길

간밤 퍼붓던 폭풍우를 어떻게 피했는지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노랑나비 한 마리가

어깨 살폿 내려앉아 함께 걷는다

연전에 큰 눈 맞이하여 그득그득 견디다가

생채로 찢어진 적송과 같이 팔 한쪽

내주지 못했어도 도무지 손쓸 수 없어

머쓱 바라보기만 하였어도

 

계간 『생명과문학』 2021년 겨울호에서

 

 


 

 

조성국 시인 / 복어

 

 

산통을 끝내신 뒤 내 배를 만지시며

 

저 먹을 걸 갖고 나왔나

오해는 하셨을까

 

이놈이 화가 났구나,

짐작은 하셨을까

 

수평선 너머까지 맨발로 나오실 걸

 

앞뒤를 만져 보시다

혀를 차실 거야

 

얼마나 독하게 살았으면

배만 나왔다, 하시겠지

 

<시조미학> 2021. 겨울호

 

 


 

조성국 시인

전남 광주 염주마을에서 출생.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배일기〉외 6편 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슬그머니』(실천문학사, 2007)와 『둥근 진동』(애지, 2012)이 있음. 동시집 『구멍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