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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세화 시인 / 長生浦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6.

강세화 시인 / 長生浦

 

 

장생포에는

바람도

고래로 불더라.

소주 한 잔으로 용서를 빌어도

남는 건

아픔 뿐.

가슴이

고래로 부풀어

물가에서 맴을 돌더라.

 

장생포에는

물결도

고래로 치더라.

누가 보기나 하랴,

휘휘 젓는

시커먼 바다.

선창船艙이

생각에 잠겨

발목이 젖고 있더라.

 

장생포에는

거룻배도

고래 뱃속이더라.

늙은 포수는

망둥이도

고래로 보이는지.

노을 녘

눅눅한 술청엔

옛 소래가 반짝이더라.

 

《한국동서문학》 2021년 봄호

 

 


 

 

강세화 시인 / 숲길에서

 

 

금속성의 비정에서 잠시 벗어나

바람결 타고 흐르는 새소리도 들으며

풀잎새 한들거리는

숲길이고 싶어라.

 

모든 가치의 척도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대체 무엇이며

삼라만상은 어떤 뜻인가

그 모든 잡다한 일들

그냥 잊고 싶어라.

 

하늘엔 구름 한 장 숲 사이로 흘러가고

소중하고 눈물겨운 한 순간을 위하여

바람도 맑은 소리만

가려듣고 싶어라.

 

 


 

강세화 시인

1951년 울산에서 출생. 1983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1986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손톱 혹은 속눈썹 하나>, <수상한 낌새> 등. 창릉문학상. 동일 문학상 등. 제4회 오영수문학상(창작기금)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