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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하우림 시인 / 통증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26.

하우림 시인 / 통증

 

 

꽃그늘 아래서 서성대며 배회했네

청춘의 한 때처럼 찬란한 발작

아득히 흩날리는 저 황홀한 통증

애련한 비정함도 기척없이 지나가네, 잘가라

가엾은 내 청춘, 나를 추억해다오

 

 


 

 

하우림 시인 / 평창읍 하리에서 이 세상 끝의 그대

 

 

나무들도 겨울을 탄다

그냥 떠나본 가출이었다

 

미칠 듯한 사랑

안타까운 칼부림 하나 없는

내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쓸쓸하기로 말하면

해질녘 듬성듬성 간간히 떨어져

바람에 쓸려가는 갈대만 할까

 

참새 떼는 대나무숲에 은신해 숨어들고

곰팡내 나는 여관방 파리한 형광등

쓸데없는 사연들이 덮고 잔 이부자리

누구에가 말을 걸고 싶은데,

평창읍 하리에도 그대는 없다

 

늙은 승객 서너 명 실은 마지행 완행버스

순해터진 똥강아지 장바구니에 담겨

제 발만 핥고 있다

 

간밤의 꿈은 내 상처를 배경으로 깔았나

처연하게 사랑하고 싶은데

배반에 턱이 떨리고,

내 나이가 위태한 데도

상식적인 조율로 묶어둔다

 

이제는 조바심도 금물이고

때 없는 열정도 삭여야 한다고!

 

이 세상 끝의 그대는

평창읍 하리에도 없고,

내 사랑이 다시 아프다

 

어느 집 굴뚝에서 흰 연기 피어오르면

난 그냥 마구....

기어들어 가고 싶어지지

 

 


 

하우림 시인

경기도 이천에서 출생. (본명 김영희) 장편소설 『바람을 타는 여자』(청산출판사, 1994)와 시집 『전화 속에서 울고 있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그대』(한국미디어, 1995)를 출간하며 등단. 시집 『오래, 오래란 말』(지혜, 2015년) 출간. 서울 기독교 중앙 방송국(CBS) 성우, 강릉 MBC 성우, 원주 KBS 아나운서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 회원. 당진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