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권 시인 / 누군가의 병
엄마는 뒷모습을 흘리지 말라고 했다 어떠한 변명으로도 젖은 눈을 들키지 말라고 했다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청춘이 치명타라는 것을 알았다 어쩌자고 나는 주먹이 쏟아지는 링 위에 서 있는 걸까 불빛이 먼저 나를 때린다 주먹을 뻗자 부서질 것밖에 없다 나는 이 세계를 부수고 싶은 꿈이 있었다 회초리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계속 날뛰고 있었다
-당신의 등은 엎드려 울기에 좋았다 / 천년의시작
황종권 시인 / 그네의 시
그네를 타는 나와 아이는 데칼코마니다
끝을 보기 위해 발을 굴러야 한다 아이들의 아침 발 구르기 서커스가 시작된다
그네가 공중을 밟는다 동물이 보인다 서커스의 천막이 보인다 늙은 코끼리도 있다 모자를 가진 마법사도 있다
밤새도록 우는 아이를 위해 동화를 읽어주었다 거인이 사는 마을 속으로 그네를 태우듯 세상의 절반이 이야기로 된 집으로 나는 들어간다 나는 그네, 아이를 태우는 그네 나는 발끝으로 서 있다
행간을 찢고 나온 사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걸까? 용기가 없어 울부짖지 못한다
나는 가장 낮은 잠의 자세를 짜준다 천천히 아주 오랫동안 그네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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