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시인 / 흐르는 초원
하라호룸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다리 밑 풀밭에서 나는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낙타 몇 마리에 가재 도구와 보따리를 싣고 목민 한 가족이 개울을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풀을 찾아간다고 하였습니다. 햇볕에 살짝 그을린 아이들 볼웃음이 싱그럽게 바람에 날려왔습니다. 아이들은 양떼에 섞여 떠 있는 듯 걸었습니다.
낙타와 양떼와 목민들 자취를 따라 초원이 줄기를 이루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흐르는 초원에 노란빛에 나는 가만히 누웠습니다. 풀벌레 같은 무슨 소리들이 쇳덩이 몸을 가볍게 들어올리곤 하였습니다.
신대철 시인 / 박새 가족과 봄노래를
화전민들이 마을로 쫓겨오자 이웃 박새 가족도 따라 내려왔다. 밭둑 아래 구멍 속을 들락날락했다. 고목이 살아날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박새는 고목에 먼저 둥지를 틀었다. 고목의 잔가지엔 녹빛이 돌고 도르르 말린 잎들이 돋아 나왔다.
아이들은 산속에서 삭정이 지고 오고 박새는 물가에서 갈댓잎을 물어왔다. 우연히 물가에서 마주치면 흰 나비타이 잘 어울리는 박새 가족과 봄노래를 불렀다. 아직 가다듬지 않은 목청이었지만 눈 녹은 자리에 불긋불긋 진달래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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