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훈 시인 / 아름다운 길을 물으면
낯선 길 가다가 길을 물으면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투덜대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지요
산길 오르다 정상을 물으면 거의 다 왔습니다 힘을 내보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져 한참 후에야 정상을 밟지요 누군가 내게 아름다운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안국훈 시인 / 열꽃
입맞춤한 적도 없는데 온몸에 붉은 열꽃 돋아납니다
몸에 난 열꽃이야 지면 그만이지만 가슴속에 핀 열꽃은 저 담장에 핀 장미꽃처럼 붉어집니다
아픈 만큼 사랑이 깊어진다고 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너무 가슴 벅찹니다
어젯밤에도 감출 수 없는 뜨거움에 밤을 지새웠습니다
안국훈 시인 / 긴 여운의 그리움으로
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에 집채만한 바위를 없애는 세월이 한 겁인데, 수천 겁 돌아서 인연을 만나지요 일 년 삼백육십오 일 곱하기 백도 살지 못하는데 수척한 발걸음은 방황을 끝내고 그대 포근한 품에서 잠들고 싶어요
사랑은 하늘이 무너져도 믿어주는 것 하얀 그리움은 별이 되고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짐짓 꽃피웁니다 우리 언제쯤 만날 수 있나요
안국훈 시인 / 첫눈처럼
푸른 하늘에 늦가을 정취 묻어나는 날 사붓이 그대를 첫눈처럼 기다립니다
밤새 쌓인 첫눈의 미소 투명한 햇살에 흔적조차 남지 않지만 첫눈은 늘 신선한 만남입니다
보고 듣는 게 많아 멀미나는 세상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도 하얗게 쌓인 눈길 걷듯 가슴 설렙니다
눈부신 눈꽃의 망설임 없는 마지막 투신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은 날 그대가 첫눈처럼 그립습니다
안국훈 시인 / 별이 된 보고픔에게
보고픔은 숨어있는 별 밤안개 속에서 부활을 꿈꾸며 강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흘러갑니다
보고픔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랑 그대가 손 잡아주면 심장이 뜨거워지고 그대 눈빛만 바라봐도 두근거립니다 이 느낌을 사랑이라 부르나요
꽃편지 뜯으니 꽃잎 오르르 쏟아집니다 젖은 눈망울에 찰랑이는 설렘은 별빛 아래 꽃물처럼 그리움 번집니다
그대와 함께 가는 길 처음 그 마음으로 진달래꽃 지천으로 피어나니 봄날 같은 세상, 가슴속에 있습니다
안국훈 시인 / 은행잎처럼 그리운 날에
바람 부는 날 그대 그리운 마음 호수 같으니 은빛 편린으로 일렁입니다
비 내리는 날 그대 보고픈 마음 폭포 같으니 우산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안개 자욱한 날 그대 사랑하는 마음 하늘 같으니 어찌 그 마음 헤아릴 수 있나요
햇살 고운 가을날 추억 물든 은행잎처럼 마음 흔들어 놓고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차라리 두 눈 꼭 감고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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