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양성우 시인 / 미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30.

양성우 시인 / 미움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사랑이 크면 미움도 크다

 

만남의 뒤에는 헤어짐이 있고

기쁨 뒤에는 슬픔이 있는 법이다

 

돌아보지 마라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뼛속에 스며드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사랑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 무슨 상관이랴

 

긴 싸움 회오리바람 끝

혼자 남아 뒤척이는 가슴에

스미는 미움,

 

그 이름은, 외롭고 슬픈 넋속에

타오르는 파란 불꽃이려니.

 

 


 

 

양성우 시인 / 언덕에서

 

 

돌이 되리라.

이 언덕에 선 채로 돌이 되리라.

세월이 가도 아득히 오지 않는 그대

기다림에 지쳐

눈물에 젖은 채로 돌이 되리라.

천년 만년 가다보면 끝날 없을까.

저 푸른 물끝 너머 그대 오는

그 순간까지

이 언덕에 선 채로 돌이 되리라.

하염없이 목이 메어 그대 이름 부르고

눈물에 젖은 채로 돌이 되리라.

돌이 되리라.

사랑하는 님아.

 

 


 

양성우(梁性佑) 시인

1943년 전남 함평 출생. 전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숭실대학교 대학원을 수료. 중등학교 교사. 1970년 문예지 <시인>에 시 <발상법>과 <증언>을 발표, 등단. 1972년 첫 시집 '발상법' 간행 후 '신하여 신하여', '겨울공화국', '북 치는 앉은뱅이',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5월제', '그대의 하늘길', '세상의 한가운데' 등의 시집을 간행. 1975년 시집 <겨울공화국>의 필화사건으로 구속 수감, 광주 중앙여고 교사 파면. 1977년 일본 [세계]지에 게재된 시 <노예수첩>으로 국가 모독 및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투옥.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