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연 시인 / 기도
그 사람 아마도 무엇 하나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 누구 하나 마음 기댈 곳 없는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그 사람 언제나 어느 순간에서나 이가 시린 외로움에 떨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 내게 보내 주십시오 너무나 필요한 사람입니다 하나는 해줄 줄 아는 사람 아무것도 못하지만 나를 위해 울어는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랑하며 살다 죽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 꼭 같은 사람 그런 사람 만나 사랑만 하며 살다 죽고 싶습니다
원태연 시인 /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너의 목소리, 눈빛, 나를 만져주던 손길, 머릿결 부르던 순간부터 각인 되어버린 이름, 어쩌면 재앙과도 같았던 사랑 우리는 서로의 사랑에 그렇게 중독되어 갔다
니가 조금만 더 천천히 울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그 때 너의 눈물에 손끝조차 가져가 볼 수가 없던 그 때
단 한번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이유로 살점을 떼어내듯 서로를 떼어 내었던 그 때 나는 사람들이 싫었고 사람들의 생각이 싫었고 사람들의 모습을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사랑도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인가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그렇게 서로를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뿐인 사랑을 지켜내지 못했었다
마지막임을 알고 만나야 했던 그날, 얼굴을, 목소리를, 상처를, 다시 한번 각인 시켰던 그날 너를 보내며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싶었던 기도를 하얀 눈이 까맣게 덮어 버렸던 그날, 이제 나는 무엇을 참아내야 하는가
이런 모습으로 이런 성격으로 이런 환경으로 태어나 그렇지가 않은 너를 만난 죄 니가 나를 사랑하게 만든 죄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 그것뿐이었던 죄 그렇다면 이 모든 나의 죄를 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도 살아있음에 미련이 없음이 나를 더욱더 가볍게 만들어 준다 의미를 남겨두고 싶어 올려다본 하늘에 눈물에 얼굴을 묻던 너의 모습이 마련하게 스쳐간다 내가 태어나던 날의 하늘은 어떤 색깔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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