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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국훈 시인 / 아름다운 길을 물으면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7. 30.

안국훈 시인 / 아름다운 길을 물으면

 

 

낯선 길 가다가 길을 물으면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투덜대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지요

 

산길 오르다 정상을 물으면

거의 다 왔습니다

힘을 내보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져

한참 후에야 정상을 밟지요

누군가 내게

아름다운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안국훈 시인 / 열꽃

 

 

입맞춤한 적도 없는데

온몸에 붉은 열꽃 돋아납니다

 

몸에 난 열꽃이야 지면 그만이지만

가슴속에 핀 열꽃은

저 담장에 핀 장미꽃처럼 붉어집니다

 

아픈 만큼 사랑이 깊어진다고 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너무 가슴 벅찹니다

 

어젯밤에도

감출 수 없는 뜨거움에

밤을 지새웠습니다

 

 


 

 

안국훈 시인 / 긴 여운의 그리움으로

 

 

천년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에

집채만한 바위를 없애는 세월이 한 겁인데,

수천 겁 돌아서 인연을 만나지요

일 년 삼백육십오 일

곱하기 백도 살지 못하는데

수척한 발걸음은 방황을 끝내고

그대 포근한 품에서 잠들고 싶어요

 

사랑은 하늘이 무너져도 믿어주는 것

하얀 그리움은 별이 되고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짐짓 꽃피웁니다

우리 언제쯤 만날 수 있나요

 

 


 

 

안국훈 시인 / 첫눈처럼

 

 

푸른 하늘에

늦가을 정취 묻어나는 날

사붓이 그대를 첫눈처럼 기다립니다

 

밤새 쌓인 첫눈의 미소

투명한 햇살에 흔적조차 남지 않지만

첫눈은 늘 신선한 만남입니다

 

보고 듣는 게 많아 멀미나는 세상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도

하얗게 쌓인 눈길 걷듯 가슴 설렙니다

 

눈부신 눈꽃의 망설임 없는

마지막 투신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은 날

그대가 첫눈처럼 그립습니다

 

 


 

 

안국훈 시인 / 별이 된 보고픔에게

 

 

보고픔은 숨어있는 별

밤안개 속에서 부활을 꿈꾸며

강물에 띄운 종이배처럼 흘러갑니다

 

보고픔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랑

그대가 손 잡아주면 심장이 뜨거워지고

그대 눈빛만 바라봐도 두근거립니다

이 느낌을 사랑이라 부르나요

 

꽃편지 뜯으니 꽃잎 오르르 쏟아집니다

젖은 눈망울에 찰랑이는 설렘은

별빛 아래 꽃물처럼 그리움 번집니다

 

그대와 함께 가는 길

처음 그 마음으로

진달래꽃 지천으로 피어나니

봄날 같은 세상, 가슴속에 있습니다

 

 


 

 

안국훈 시인 / 은행잎처럼 그리운 날에

 

 

바람 부는 날

그대 그리운 마음

호수 같으니

은빛 편린으로 일렁입니다

 

비 내리는 날

그대 보고픈 마음

폭포 같으니

우산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안개 자욱한 날

그대 사랑하는 마음

하늘 같으니

어찌 그 마음 헤아릴 수 있나요

 

햇살 고운 가을날

추억 물든 은행잎처럼 마음 흔들어 놓고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차라리 두 눈 꼭 감고 있겠어요

 

 


 

안국훈(安國勳) 시인

1956년 충북 진천 출생. 필명: 우심(牛心). 충북대학교 대학원(전기공학) 졸업. 2007년 월간 모던포엠 시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세계모던포엠 작가회 회원. 시마을 동인. 등단문 형설 동인. 근로자문화제 시 및 수필 부문, 문인화 부문 입상. 대전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초대작가. 시집 <사랑은 한걸음 천천히 오는 것>. 공저 <그리우면 알몸으로 가라>외 다수. 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