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시인 / 지상의 봄
별이 아름다운 건 걸어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들 위에 다시 집을 짓는 이 지상에서
보도블록 깨진 틈새로 어린 쑥이 돋아나고 언덕배기에 토끼풀은 바람보다 푸르다.
허물어 낸 집터에 밤이 내리면 집 없이 떠도는 자의 슬픔이 이슬로 빛나는 거기
고층건물의 음흉한 꿈을 안고 거대한 굴삭기 한 대 짐승처럼 잠들어 있어도
별이 아름다운 건 아직 피어야 할 꽃이 있기 때문이다.
강인한 시인 / 오늘
오는 날을 위한 꽃 꽃다움은 공명할 수 없는 항아리 속으로 지는 잎새.
지난날을 잊기 어려워 차마 버릴 수 없는 곳 그 점을 두고 까악 까악 우짖는 갈가마귀.
― 배앵 돌다 아래로 떨어진다.
아아, 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날개를 퍼덕이다 가루 된 심장.
나갈 수 없는 구멍으로 바람 불어와
오는 날을 앗아 가는 항아리 안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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