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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림 시인 / 숲의 연가戀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8. 6.

김림 시인 / 숲의 연가戀歌

 

 

맑은 시냇물처럼 흘러

그대에게 가고 싶다

뜨거운 햇살이

아예 두 팔 걷고 덤벼드는 어느 날,

연초록빛 그늘을 가득 안고

그대 발밑으로 흐르고 싶다

그대의 뽀얀 속살을 내밀히 적시며

내 마음도 잠시 희열에 젖고

그럴 때면 후두둑

놀란 숲길도 돌아앉아

저희끼리 한참을 소란스러울 텐데

그러건 말건

나는 정성스레 그대 발밑에 엎드리리

그대의 눈길이 지그시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

아, 나는 새처럼 노래 부르리

맑은 카나리아처럼 머리칼 나부끼며

구름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리

 

 


 

 

김림 시인 / 헛걸음

 

 

너를 보러 갔다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은

언제나 흐린 오후,

해를 안고 갔다가

빛을 내려놓고

어두운 길을 더듬어 오던 그 때,

마음 걸음 휘청거리고,

길은 아득했다.

비 오는 듯

뿌옇게 다가오는 흐릿한,

나무인지

전봇대인지

그리운 너인지,

 

나는 자꾸 헛딛었다

 

 


 

김림 시인

서울 출생. 한국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시와 문화》 봄호로 등단,  시집으로『꽃은 말고 뿌리를 다오』가 있음.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원. 공저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초록과 만나다>, <가벼움에 대한 애착> 등『시와 창작』작가회 사무차장 역임.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