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안영 시인 / 얼룩무늬 하루
1 맨살의 두 다리를 스타킹에 넣는 순간 그물망에 갇힌 듯 파닥이며 저항한다 포획된 먹잇감처럼 불행이 감전되는
2 매일 매일 출발할 뿐 도착한 적 없으니 혀를 깨문 시간은 정글의 피 맛이 나 날쌔게 잭나이프 칼날처럼 나를 구겨 넣는 날
3 찔레 넝쿨 가시 속 비상 같은 흰 꽃피어 우거진 질문들을 받아쓰는 물웅덩이 패어진 길의 등짝에 또 얼룩이 꽃핀다
-선경해시문학회 창간호, <상상해시작해>
선안영 시인 / 천일홍 분홍
한 사람의 그림자에 벚꽃이 피어난다 꽃 속에 눈사람이 천천히 녹고 있다 심장을 허물고 있다 꽉 쥔 손을 펴고 있다
흰 눈꽃 녹아내린 물방울 소리 번진다 흘러왔던 물이 잠시 한 바퀴를 맴돌다 고요히 빠져 나간다 적멸을 향해 간다
타다가 만 연분홍, 타다 남은 흰 손가락 그 맹세가 나부낀다 둥둥 흘러 떠나간다 한 개비 성냥이 꺼지고 이제 영영 봄 밖이다
《시조시학》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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